지금 소프트웨어 세계에서 정확히 그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변화를 보는 시선이 두 갈래로 나뉘는 게 좀 흥미롭다. 한쪽은 “이제 개발자들이 더 빨리 만들 수 있다”는 생산성 이야기를 한다. 다른 한쪽은 “이제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이 만들 수 있다”는 참여 이야기를 한다. 둘 다 맞는 말이지만, 진짜 큰 파도는 두 번째 쪽에 있다.
원래 소프트웨어 수학이 맞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소프트웨어는 오랫동안 불합리하게 비쌌다. 작은 앱 하나를 만들려면 수천에서 수만 달러가 들었고, 좋은 개발자를 고용하면 거기에 0을 하나 더 붙여야 했다. 그 비용 구조가 만들어낸 논리는 명확했다. 큰 시장에서만 소프트웨어 사업이 성립한다. 벤처캐피털이 들어오고, TAM이 수십억 달러여야 하고, 유니콘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 결과 수천 개의 좋은 아이디어가 그냥 사라졌다. 지역 축구 클럽, 웨딩 사진작가, 교정치과 의사, 프리랜서 리크루터… 이들이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는 분명히 존재했지만, 그걸 만드는 경제적 논리가 성립하지 않았다. 수요는 있었는데 공급이 막혀 있었던 거다.
AI가 건드리는 게 바로 이 막힌 부분이다. 개발 비용이 극적으로 내려가면 단순히 기존 개발자들이 더 편해지는 게 아니다. 전혀 새로운 사람들이 시장에 들어온다. 이 패턴은 사실 새로운 것도 아니다. 쇼피파이가 상거래를 만든 게 아니라 수백만 명의 새 판매자를 만들었고, 유튜브가 엔터테인먼트를 만든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크리에이터를 만들었다. 기술 효율이 높아지면 자원 사용량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난다는 제본스의 역설처럼, 소프트웨어 창작 비용이 내려가면 소프트웨어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코딩을 모른다는 게 더 이상 결격 사유가 아닐 때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데이터가 있다. 요즘 AI 기반 빌딩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80% 가량이 비기술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냥 수치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한 번도 가능하지 않았던 일이다. 더 흥미로운 건 이 빌더들 중 절반 이상이 11년 이상의 현업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이게 꽤 자연스러운 방향이다. 소프트웨어는 항상 “현장 전문가가 개발자에게 설명하고, 개발자가 이해한 만큼 만들고, 그 간격만큼 결과물이 별로인” 구조였다. 번역 레이어가 필연적으로 손실을 만들었다. 리크루터가 직접 리크루팅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부동산 에이전트가 직접 부동산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코치가 직접 코칭 툴을 만들 때, 그 번역 손실이 없어진다.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곧 만드는 사람이 된다.
실제로 CS 학위도 없고 코드를 읽지도 않으면서,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깃허브에서 수만 개의 스타를 받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만들어낸 사람이 있다. 그의 방식은 기발하다. AI에게 코드베이스를 먼저 분석하게 하고, 구현 경로를 계획하게 하고, 프로젝트의 패턴을 따르며 실행하게 하는 구조화된 루프를 만들었다. 코드를 읽는 게 아니라 AI와 협력하는 시스템을 설계한 것이다. 그의 관점은 명확하다. “계획은 AI를 위한 거지, 내가 읽으려고 만드는 게 아니다.”
이건 단순히 “비개발자도 코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도메인 전문성 자체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핵심 역량이 되는 새로운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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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낮아지면 경쟁의 지형도 바뀐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역설이 생긴다. 만드는 게 쉬워지면, 무엇으로 차별화하는가?
마크 핀커스가 오랫동안 정리해온 프레임이 있다. 성공하는 제품에는 공통 패턴이 있는데, 그게 “검증된 것을 복사하고, 더 낫게 만들고, 새로운 걸 하나 얹는” 구조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 프레임에서 “검증된 것을 복사”가 출발점이라는 점이다. 원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들려는 야망이 오히려 실패의 원인이 된다는 거다. 직관은 90% 이상 맞지만, 아이디어는 75% 이상 틀린다는 말도 맥락이 같다. 문제를 보는 눈과, 그 문제를 푸는 방식은 별개다.
이걸 소프트웨어 민주화와 연결하면 흥미로운 함의가 나온다. 만드는 비용이 낮아진 세계에서, 승부는 “얼마나 빨리 만드느냐”보다 “얼마나 문제를 잘 아느냐”로 이동한다. 10년 이상 특정 업계에서 일한 사람이 그 업계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 그 도메인 지식 자체가 가장 강력한 해자(垓子)가 된다. 경쟁자가 없는 게 아니라, 경쟁자가 그 지식을 복제하기가 훨씬 어렵다.
관심을 사는 것도 이제 기술이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비용이 내려가는 것과 함께, 또 다른 비용도 구조가 바뀌고 있다. 주목을 얻는 비용이다.
과거 미디어 게임은 명확했다. 소수의 채널이 합법성을 부여했고, 그 채널에 실리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았다. 지금은 다르다. 직접 채널을 가진 사람이 중개자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누구나 주목받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주목을 얻는 게 더 어려운 시대다. 채널이 민주화되면서 콘텐츠 공급이 폭발했고, 진짜 흥미로운 것만 살아남는 필터링이 더 가혹해졌다.
여기서 나오는 원칙이 있다. 직접 가야 이기고, 직접 가려면 흥미로워야 한다. 이 두 조건이 연결되어 있다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채널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채널에서 뭔가를 실제로 말해야 하고, 그 말이 사람들이 연결되고 싶은 어떤 것이어야 한다. “메시지를 지키는” 구식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진짜 관점을 가진 사람만이 이 게임에서 신호를 만든다.
흥미로운 건 이 원칙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과 정확히 같은 구조라는 점이다. 진입 장벽이 낮아진 세계에서는 기술적 차별화가 아니라 관점의 차별화, 문제 이해의 차별화가 남는다. 만드는 것도, 알리는 것도, 이제 둘 다 “진짜 뭔가를 알고 있느냐”로 수렴하고 있다.
그래서 진짜 희소한 게 뭔지가 선명해진다
이 모든 흐름을 한 장면으로 압축하면 이런 그림이 나온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비용이 내려간다. 주목을 얻는 비용도 구조가 바뀐다. 새로운 사람들이 두 영역 모두에 들어온다. 그 결과 경쟁이 심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진짜 희소한 것의 가치가 더 선명해진다.
그게 바로 도메인 지식이다. 10년간 리크루터로 일하면서 쌓인 채용 프로세스의 미세한 감각, 20년간 부동산을 하면서 터득한 계약 협상의 뉘앙스, 수십 년간 특정 커뮤니티 안에서 살면서 몸에 밴 그 집단의 문제 구조. 이런 것들은 AI가 생산성을 올려줘도 복제되지 않는다.
재미있게도, 이건 좋은 제품을 만드는 오래된 원칙과 정확히 일치한다. 인스팅트는 거의 항상 맞는데 아이디어는 자주 틀린다. 문제를 보는 눈이 가장 오래가는 자산이라는 것. 도구가 민주화될수록, 역설적으로 그 도구를 어디에 겨누느냐가 전부가 된다.
소프트웨어가 더 많은 사람에게 열리는 것, 미디어가 더 많은 목소리를 수용하는 것, 기술이 더 낮은 진입 장벽을 만드는 것. 이 변화들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지금, 가장 내구성 있는 우위는 기술 숙련도가 아니라 문제 인접성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이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자산은 비기술적인 것이다.
Source: https://www.lennysnewsletter.com/cp/202598945, https://www.a16z.news/p/new-media-one-year-in, https://creatoreconomy.so/p/the-ai-agent-system-behind-this-non-technical-founder-matt-van-horn, https://www.lennysnewsletter.com/p/the-common-pattern-behind-successful, https://www.lennysnewsletter.com/p/community-wisdom-how-ai-is-changing